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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공개 우편 고지가 남긴 숙제

작성자
여성신문
작성일
2011.06.2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77
내용
여성논단
성범죄자 신상공개 우편 고지가 남긴 숙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시절 청소년 문제를 걱정하던 여성·청소년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여성과 청소년들이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리는 수많은 사례를 보면서 성매매와 성폭력은 결코 다른 경험이 아니고 분리돼 있지 않은 것을 목격하면서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만이라도 우선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없을까를 궁리했다. 일명 ‘성범죄자 신상공개법’으로 불리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배경이다.

법이 제정됐지만 용산의 미연이, 안양의 혜진·예슬이가 성범죄 전과자로 인해 죽어갔고, 조두순·김길태·김수철 등 성범죄 전과자들이 아이들의 집 근처와 학교 앞을 활보하고 다니면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아동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실상 성폭력 관련 법 개정은 급물살을 타고 가해자 처벌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강화됐다.

아동 대상 성폭력 가해자의 형량이 최고 무기징역까지 되고, 이른바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법 제정에 이르렀다. 신상공개 제도는 국민 계도용으로 인터넷에 형식적으로 게시하다 부모가 경찰서를 방문해 성범죄자 신상을 볼 수 있었던 성범죄자 등록열람제도로 바뀌었다. 지금은 19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에 성범죄자 신상, 즉 이름과 정확한 번지수가 나와 있는 주소, 사진, 범죄 사실 등이 우편으로 배달되고 있다.

정작 이 우편물을 받아든 학부모들은 어찌해야 할까. 이제 숙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던져졌다. 내 아이를 성범죄 전과자로부터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정보로 무엇을 할까. 온종일 아이를 따라다닐 수 있는 부모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부모가 겪는 불안감과 우려가 만만치 않다. 지역사회에서 어떤 갈등이 표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역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 무엇일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아동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정부 대책은 오직 가해자 형량을 높이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에만 힘을 쏟았다. 그러나 성범죄 신고율과 기소율을 높이고, 가해자 조기치료 시스템 정착, 예방교육 강화와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등 근원적으로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한 정책 추진은 여전히 소홀하다. 아동안전지킴이, 여성아동보호지역연대 등 형식적으로 간판을 걸고 틀만 만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성문화를 개선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1140호 [오피니언] (2011-06-24)
이명화 / 아하! 서울시립청소년 성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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