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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려대 미디어학부 여성주의 모임 '시소'... 그들의 음주 에티켓 캠페인
[오마이뉴스진일석 기자]
지난 금요일(4월 1일) 밤 서울 대학 번화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이색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나는 자취하고 잘 취하지만 이게 너랑 섹스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란다"
"맨정신에 못할 짓은 술김에도 하지 말자"
"취한 사람은 동의하지 않는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여성주의 모임 '시소(seasaw)'의 음주 에티켓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기획한 김세정(23)씨는 대학 내 문화에서 은밀히 퍼져 있는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너는 쟤들처럼 되면 안 돼"
기자도 '시소'의 온라인 홍보물을 보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늘 술을 먹던 길거리였지만, 피켓 하나를 들었을 뿐인데 굉장히 다른 공간으로 느껴졌다.
반응은 다양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김예슬(22)씨에 따르면 "?ㅋㅋㅋㅋㅋ 맞아요 진짜 공감이에?ㅋㅋㅋㅋㅋ!!"하고 지나가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한편 지나가던 한 남성은 피켓을 보고 곁에 있는 애인에게 "쟤네 페미니스트야? 너는 쟤들처럼 되면 안 돼"라고 하기도 했다. 평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길거리의 갖가지 반응들에서 내 생각과의 온도 차를 느낄 수 있었다.
'시소'의 의미는 "시끄러운 소리"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학과 내 만연한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모였다. 이들의 첫 활동은 학과 내에서 '성차별 발언'사례 수집이었다. 이들은 설문지를 통해 익명으로 제보들을 모았고 이를 "전혀 불편하지 않은 대자보"라는 이름으로 교내에 부착하기도 했다.
이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극혐이다", "고대 수준이 왜 이러냐", "한심하다"등의 반응들이 많았다. 김예진(21)씨에 따르면 "우리 학부를 망신시킨다"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말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이들은 "이 대자보가 우리 학부를 망신시키기 위한 것도 아니고, 남자가 다 문제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반응들 때문에 변명을 해야 하는 처지에 오히려 당황스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예진씨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집되는 제보들을 보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이 차별적인 발언과 행동들이었다는 걸 깨달아 뒤늦게 제보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성들이 말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의 구성원은 대자보를 붙인 이후 "'술자리에서 이런 말은 조심해야지' 같은 반응이 뿌듯하다. 남성들이 드디어 우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거니까"라고 했다.
이들은 학내 학생회 선거에 나온 후보들에게 질의 응답서를 보내기도 했다. 학과 내에 임원팀, 신입생에게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 뒤풀이 '필참' 문화 등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남성주의 문화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이 받은 답변의 첫 문장은 "폭력과 강압은 남성주의와는 별개입니다"라는 답변이었다.
이들이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어렵게 모인 그들인 만큼 향후 계획도 탄탄해 보인다. 우선 오는 4월 5일까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멤버를 모집 중이며, 매주 수요일에 담배피기 눈치 보이던 여학우들을 위한 "고미녀 담배 퍼포먼스"와 정기 세미나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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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진일석 기자]
▲ 안암역 참살이 길에서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피케팅을 진행했다. |
ⓒ 진일석 |
지난 금요일(4월 1일) 밤 서울 대학 번화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이색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나는 자취하고 잘 취하지만 이게 너랑 섹스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란다"
"맨정신에 못할 짓은 술김에도 하지 말자"
"취한 사람은 동의하지 않는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여성주의 모임 '시소(seasaw)'의 음주 에티켓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기획한 김세정(23)씨는 대학 내 문화에서 은밀히 퍼져 있는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너는 쟤들처럼 되면 안 돼"
기자도 '시소'의 온라인 홍보물을 보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늘 술을 먹던 길거리였지만, 피켓 하나를 들었을 뿐인데 굉장히 다른 공간으로 느껴졌다.
반응은 다양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김예슬(22)씨에 따르면 "?ㅋㅋㅋㅋㅋ 맞아요 진짜 공감이에?ㅋㅋㅋㅋㅋ!!"하고 지나가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한편 지나가던 한 남성은 피켓을 보고 곁에 있는 애인에게 "쟤네 페미니스트야? 너는 쟤들처럼 되면 안 돼"라고 하기도 했다. 평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길거리의 갖가지 반응들에서 내 생각과의 온도 차를 느낄 수 있었다.
'시소'의 의미는 "시끄러운 소리"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학과 내 만연한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모였다. 이들의 첫 활동은 학과 내에서 '성차별 발언'사례 수집이었다. 이들은 설문지를 통해 익명으로 제보들을 모았고 이를 "전혀 불편하지 않은 대자보"라는 이름으로 교내에 부착하기도 했다.
이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극혐이다", "고대 수준이 왜 이러냐", "한심하다"등의 반응들이 많았다. 김예진(21)씨에 따르면 "우리 학부를 망신시킨다"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말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 '시소'의 홍보 포스터. 다채로운 활동들이 계획되어 있다. |
ⓒ 시소 |
이들은 "이 대자보가 우리 학부를 망신시키기 위한 것도 아니고, 남자가 다 문제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반응들 때문에 변명을 해야 하는 처지에 오히려 당황스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예진씨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집되는 제보들을 보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이 차별적인 발언과 행동들이었다는 걸 깨달아 뒤늦게 제보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성들이 말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의 구성원은 대자보를 붙인 이후 "'술자리에서 이런 말은 조심해야지' 같은 반응이 뿌듯하다. 남성들이 드디어 우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거니까"라고 했다.
이들은 학내 학생회 선거에 나온 후보들에게 질의 응답서를 보내기도 했다. 학과 내에 임원팀, 신입생에게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 뒤풀이 '필참' 문화 등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남성주의 문화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이 받은 답변의 첫 문장은 "폭력과 강압은 남성주의와는 별개입니다"라는 답변이었다.
이들이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어렵게 모인 그들인 만큼 향후 계획도 탄탄해 보인다. 우선 오는 4월 5일까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멤버를 모집 중이며, 매주 수요일에 담배피기 눈치 보이던 여학우들을 위한 "고미녀 담배 퍼포먼스"와 정기 세미나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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