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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치산·한정치산제도 대신 성년후견제 도입
지난 2008년 최진실의 사망 이후 우리 사회에 친권 논쟁이 불붙었다. 자녀 양육을 실제 맡았던 외할머니 대신 배우자인 조성민씨가 친권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진실법’이 태어난 배경이다. 민법 개정안에선 친권 자동 승계조항이 대폭 손질됐다. 이전 민법은 이혼 부모 중 한쪽이 사망할 경우 생존한 사람이 자동으로 친권을 가졌으나 개정 민법은 자녀 복리를 위해 법원이 심사를 통해 친권자를 정하도록 했다.
가족법 주요 조항이 개정돼 내년 7월 새롭게 시행된다. 우선 성년 연령이 만20세에서 만19세로 낮아졌고,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제도 대신 성년후견제가 도입됐다. 또 법원이 친권자 지정과 입양제도에 직접 관여한다.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장애인과 고령자 등을 위한 후견제도가 다양해진다. 만6세 지능을 가진 성인이 금치산 선고를 받은 경우 매점에서 간식을 사는 일조차 혼자 할 수 없었으나 성년후견을 받을 경우 일용품 구입 등 일상 행위나 가정법원에서 정한 법률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한정치산제도는 한정후견제도로 대체됐다. 거액의 금전 차용이나 보증 등 가정법원이 정한 중요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후견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본인이 직접 후견인과 후견 내용을 정할 수 있는 후견계약제도 신설됐다. 또 복수·법인후견인 선임이 가능해졌고, 후견감독인제도 새로 생겼다.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치료를 이유로 정신병원에 격리하려면 가정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성년후견의 공시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14일 개최한 ‘2013년 개정가족법 미리 이해하기’ 설명회에 참석한 김형석 서울대 법대 교수는 “성년후견 공시가 별도로 후견등기부를 만드는 것으로 입법 방침이 바뀐 것은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라고 지적했다.
부적격부모 친권 자동승계 못해
권재문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기존 민법은 혈연이란 이유만으로 당연히 친권이 넘어왔으나 개정법은 자녀 복리 심사를 거쳐야만 친권자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친권 공백이 발생한 모든 경우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양자의 친권자인 양부모가 모두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친부모에게 당연히 친권이 가는 게 아니라 자녀 복리 심사를 거쳐야만 친권자가 될 수 있다.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도 법원이 친부모를 친권자로 정하거나 미성년 후견인을 선임한다. 후견이 시작되는 경우도 종래의 법정후견인제를 없애고 늘 법원의 선임을 거쳐야 한다.
단독 친권자는 유언으로 미성년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다. 권 교수는 “법원 심사 기간 중 자녀에 대해 법정대리인 역할을 할 임시 보호자를 선임해 보호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출산 후 7일 지나야 입양 가능
현행 민법상 일반 입양은 합의와 입양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아동학대 전력이 있거나 범죄나 영리 수단으로 입양해도 이를 막기가 불가능하다. 개정 민법은 반드시 가정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도록 했다. 법정대리인의 입양 승낙이 필요한 연령은 기존의 15세에서 13세로 낮췄다. 또 법정대리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나 승낙을 거부하는 경우 동의면제 절차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소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부모의 입양 동의는 아기가 태어난 날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이뤄지도록 했다”며 “그동안 입양시설에서 미혼모에게 입양 동의를 강요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궁박한 처지에 놓인 미혼모가 성급히 입양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입양특례법에 따라 국내입양우선추진제와 입양정보공개제가 도입되고 중앙입양원이 설치된다. 현 교수는 “입양아가 나중에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친부모를 찾는 일”이라며 “법이 뒤늦게나마 입양정보 공개청구를 가능케 한 조문을 만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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