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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치력이다

작성자
여성신문 보도
작성일
20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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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1492
내용
“이제는 정치力이다”
30% 약속은 어디로 갔나

▲ 3월 29일 오후 종로1가에서 시민들이 종로구 후보자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종로에 출마한 10명의 후보 중 여성은 한 명뿐이다.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19대 공천 과정을 지켜본 정치학자들과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정치가 수렁에 빠졌다”고 평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이번 공천은 여성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선거제도와 정당정치 그리고 정치의식 수준 등 공천을 통해 드러난 문제들 속에서 위기의 여성정치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지난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적십자간호대학에서 여성신문이 주최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19대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여성정치 세력화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은경 여성신문 편집위원은 “이번 공천에서 여성정치의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 편집위원은 “화두로 떠올랐던 ‘지역구 공천 여성할당’이 무산되면서 여성 인력풀 가뭄, 당내 공감대 형성 실패, 약한 지역구 기반 등 여성 후보들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고, 출마 지역이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계파정치에 의해 여성도 좌우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면서 “여성 비례대표 후보의 젠더·정치 경쟁력 검증이 부실했고, 여성정책 이슈화에도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략공천과 국민경선, 야권연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며 여성정치 세력화 전략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19대 여성 당선율이 18대(13.7%)보다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 룰부터 깨졌다”

실제 여야는 19대 공천 직전 ‘여성 공천’이 곧 ‘개혁 공천’이라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최종 지역구 공천 비율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7%, 민주통합당 10%, 자유선진당 5.8%, 통합진보당 14.5% 등 자체 목표치나 선거법의 권고 비율 30%에 턱없이 못 미쳤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은 “당선 가능한 지역에 여성을 공천하고 같은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동시에 붙여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기본 룰이 깨졌다”면서 “당내에서조차 잘못된 여성 정치참여 확대나 공천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목소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를 넘나드는 여성 정치인들끼리의 네트워킹을 하고, 이 연대를 통해 ‘당론은 다르지만 여성정치에 한해 기본 전략은 함께 간다’는 기본 룰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국회에 입성한 여성 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성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성평등 이슈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 ‘여성 의원을 뽑았더니 이런 효과가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지적하며 “다시 원론적인 수준에서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당이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은 “각 당의 통합과 변화, 야권연대 등 챙겨야 할 이슈가 많아 여성할당제를 현실화하기엔 걸림돌이 많았다”면서도 여성들이 이슈 인물로 급부상하게 된 상황이 가져온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민주주의 기본인 ‘정당정치’가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흔들렸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소장은 “진성 당원 중심으로 당의 대표를 뽑지 못한다는 것은 정당정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정말 그들만의 국민이었다”고 평했다.

김은경 원장도 “결국 선거제도, 정당정치, 정치의식 수준 등 이 세 가지 문제”라며 “제도를 건드리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고, 대의제하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인 정당이 제대로 작동하고, 거기에 여성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의 문제”라며 “이제는 여성이기 이전에 프로 정치인으로서 어떤 이슈를 가지고 어떻게 어필하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인 남윤인순 최고위원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했다.

김은주 소장도 “민주통합당이 지역구 여성 15% 의무공천을 약속할 수 있었던 것도 ‘살림정치’라는 당 외 여성 네트워크가 남윤인순 최고위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전문성과 정치력 갖춘 경쟁력 있는 여성 풀 절실

이은경 여성신문 편집위원은 19대 경선 과정을 통해 “일단 정치권이 공천 기준에 젠더를 처음으로 넣은 실질적인 여성할당제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여성의 현실 정치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줬다”고 평했다.

김은주 소장은 “여성들이 일에 대한 전문성은 있는 반면, 정치적 전문성은 부재하다”며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전문 직업인이라도 누구나 쉽게 정당 활동을 병행한다”며 “가령 무대 디자이너가 정당 활동도 병행해 정치력을 쌓고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원장도 프랑스 녹색당의 에바 졸리 대표가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에바 졸리 대표는 변호사로서 거물급 정경유착 사건을 담당했던 전문가로, 당시 환경운동계의 스타였던 니콜라 윌로를 누르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에바 졸리 당선 이후 녹색당은 주요 정책으로 생태 분야뿐만 아니라 우파 정치인들의 비리를 캐는 등 프랑스 민주주의를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 원장은 “여성들이 정치에 나선다고 했을 때 그 사람으로 상징되는 이슈가 있고, 정치에 들어갔을 때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결국 이슈 파이팅, 자질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성 정치참여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소선거구제 개편의 문제와 정당 내 여성정치 세력화에 대한 목소리 부재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 편집위원도 “여성정치 세력화의 1단계는 대의명분하에서 여성정치 세력화를 얘기했다면 이제는 정당 내에서 여성정치 세력화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1179호 [특집/기획] (2012-03-30)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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