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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성이여, 제2 문명사회 가교가 되라

작성자
여성신문
작성일
2011.07.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33
내용
GnP 제2차 포럼-위기 사회 여성의 역할 | 복지
“여성이여, 제2 문명사회의 가교가 되라”
“성평등 가치 생활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양성평등이 경제성장의 해법 절감해야

“저출산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양성평등부터 우선 이뤄져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인력이 사회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여성들의 양성평등운동은 여성문제를 스스로 해결함과 동시에 이를 넘어 ‘제2 문명사회’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 여성신문 2차 GnP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신필균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
지난달 24일 서울 명동 한국YWCA연합회에서 열린 여성신문 제2차 GnP(Gender and Perspective) 포럼에선 ‘변화하는 사회와 여성문제’를 주제로 패러다임 변화를 꾀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신필균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물질중심의 문명에서 정보산업이 만들어내는 지식과 정보가 중심이 되는 문명사회다. 이는 ‘제2문명사회’로 표현할 수 있다. 제2문명사회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유리하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이미 정보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는 여전히 불공정, 불평등, 가부장적인 남성중심 산업사회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특히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는 곧 여성문제로 귀결된다”며 “제2문명사회가 되려면 5가지 문제 해결이 필수조건”이라고 제안했다.

그가 내놓은 제2문명사회의 5대 과제는 ▲여성의 비정규직화 ▲여성 고급인력을 낭비하는 교육의 비효율성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구조를 부추기는 과잉소비 ▲고령화로 인한 빈부격차 ▲저출산 등이다. 그는 “여성의 경제활동은 사회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국가성장과 고용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며 “지금의 노동시장에는 여성 고급인력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여성인력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을 총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별영향평가 등 젠더 법, 안 지켜도 손해 안 나는 게 문제

이날 포럼에선 스웨덴의 양성평등 문화가 집중 거론됐다. 스웨덴은 특히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 아래 보편적 보육정책을 펼쳐왔으며 노동시장에서의 양성평등 정책이 가족정책의 근간이 된 나라다.

참석자들은 스웨덴 같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 사회에선 성평등 가치가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한국과 달리 서구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만나면 젠더 가치가 체화돼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며 “우리 사회에선 성평등 가치가 헌법 텍스트에만 있고 생활원리로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의 한 여성 관리자가 ‘육아휴직이 왜 필요하냐? 남편이 돈 많이 벌어오면 난 집에 있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충격 받았다. 공무원 집단에서 오히려 젠더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며 “젠더가 사회 구성의 기본 원리임을 받아들이는 수용성과 개방성, 정책과 법을 지켜야 된다는 준법정신이나 시민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성별영향평가 등 젠더 관점에 입각한 입법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체화되지 않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법을 어겼을 때 그에 대한 페널티 차원에서 비용이 많이 들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 만큼이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적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 특히 후진적인 기업문화와 관리자들의 뒤떨어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정책이 경쟁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차 심의관은 “성평등 정책의 추진조차도 경쟁적”이라며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기 위한 경쟁 원리가 작동한다”고 비판했다.

보육시설 도덕적 해이 심각…‘보육품질 관리운동’ 벌이자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은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여성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시도보다 무조건 앞서서 더 많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경쟁에 사로잡혀 있다”며 “분권화된 지방자치 시대에는 다양화, 특성화가 필요하고 때론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이에 따른 위험부담을 불안해한다. 콘텐츠보다 형식 따라잡기에 매진한다”며 획일화된 여성정책을 비판했다.

정책이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젠더 관점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희 센터장은 “주민참여예산은 굉장한 개혁성을 갖고 있다. 젠더 관점에서 끊임없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주 소장은 지난 6월 연수를 다녀온 독일 베를린시 리히텐베르크 사례를 꺼냈다. 김 소장은 “2013년 정책을 올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하는데 75가지의 우선과제를 주민 투표로 결정하고, 의회와 구청에서 예산을 고려해 사업을 확정하기 전에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최종 평가회를 한다. 탈락된 사업에 대해서는 이를 제안한 주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나라는 주민이 폭넓게 참여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 ‘옥상옥’을 만든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논쟁이 된 것은 최근 정부의 보육정책 경향. 보육문제를 일괄적인 보육비 지원으로 풀려는 것이 과연 옳은지 문제제기가 잇달았다.

홍승아 연구위원은 보육의 공공성 논의의 출발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리·시장화된 보육서비스에 정부가 펀드만 준다고 나아지겠느냐”며 “지난 20년간 공공성 논의를 보육비 지원으로 풀어나갔다. 보육의 메인스트림이 그렇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차인순 심의관은 정치적으로 이익집단화된 보육시설 사업자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보육품질 관리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투자자가 민간 보육시설을 2∼4곳 운영하면서 보육시설장을 고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 보육시설장들은 이 투자자에게 월 몇 백만 원씩 이익 배당금을 줘야 하고 투자자는 앉아서 한 달에 수천 만원씩 버는 구조다. 고용된 시설장은 현실적으로 이중 장부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보육시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은 무상복지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정 소장은 “캐나다에 이민간 한국인들의 경우 의료보험이 공짜라는 말에 좋아하지만 실은 국민이 세금을 미리 낸 것을 정부가 모아 분배한 것이다. 진정한 무상복지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nP 포럼에는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홍승아 연구위원·김경희 성별영향평가센터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 변혜정 서강대 양성평등성상담소 상담교수,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이 참여하고 있다.

1142호 [사회] (2011-07-11)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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