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범죄 강력처벌 탄원서에 연명해 주세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안녕하십니까? 2023년 11월 4일 진주에서 발생한 편의점 여성 폭행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사)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입니다.
  인권의 존엄성 확립과 법정의 구현을 위해 책임을 다하시는 판사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이 사건은 묻지마 범죄나 ‘특수상해 등’으로만 명명할 수 없는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입니다. 범죄의 표적이 여성으로 특정된 사건이며 그 과정에서 여성을 도우려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악질적이고 심각한 사건입니다.
  페미니즘의 근간이 되는 ‘양성평등’ 개념은 헌법에 명시된 헌법적 가치입니다. 그런 페미니즘을 무식과 무지로 인해 혐오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을 넘어 현실에서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혐오를 버젓이 드러내고 있는 현 상황은 모든 시민이 우려해야 하는, 전체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비상 상황입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페미니스트를 외양으로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넘어 피해자가 단지 페미니스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스스로가 무차별 폭행을 가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반사회적인 인식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음주나 정신질환을 핑계 대기에는 너무나 분명한 차별적 인식과 혐오감을 가진 채, 비슷한 인식을 가진 악하고 어리석은 자들과 교류를 일삼던 자입니다.
  시민들이 평범하고 소소한 삶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내 노력에 부응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의 근간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있고 그 헌법은 시민 개개인의 고통 또한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정의’를 원할 때 그것은 대단한 배려나 거창한 ‘정의’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작지만 소중한 일상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 노력만큼의 댓가를 누리는 것, 일상의 공간에서 성별, 인종, 장애,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맞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고단한 삶이어도 서로가 서로를 대등한 존재로 인식하며 조화롭게 하루를 보내는 것 그저 그 하루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저지른 파괴적이고 잔인한 범죄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들의 삶은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렸고 우리 중 누구라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로 인해 여성 일반의 삶이 피폐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무지와 악의에서 비롯된 여성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고 여성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법원의 존립 기반은 국민의 신뢰입니다. 공권력 중 가장 강력한 ‘국가의 형벌권’의 엄중함을 피고인이 알도록 엄격한 처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리하여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차별과 혐오를 표출하는 자들이 설 곳이 없다는 것을 앞장서 보여주십시오. 이번 사건으로 여성들이 느낀 공포와 분노를 공감하기보다 유치한 성 대결로 몰아가려는 악하고 무지한 자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현명한 판결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음주자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로 여성혐오의 맥락을 덮지 않도록 피고인의 간악한 핑계를 감경 요인으로 삼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피해자의 회복은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에서 시작됩니다. 국민으로서 보호받고 법이 정한 권리를 존중받는 상황이 되어야 피해자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희망차게 회복을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 기강 확립과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피고인을 엄중처벌 해주시기를 거듭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2023년 12월 15일
(사)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대표 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