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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승리 이면의 퇴행적 얼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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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242
내용
                    

압도적 승리 이면의 퇴행적 얼굴

2020.04.26 20:45 입력 2020.04.27 0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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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난 후 여러 논자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더하고자 한다.

출구조사부터 보자. 20대부터 40대까지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19세 포함 20대 여성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63.6%, 미래통합당 25.1%, 30대 여성의 경우 민주당 64.3%, 미래통합당 26.5%로, 그 격차가 각각 약 38%에 달한다. 반면, 19세 포함 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7.7%, 미래통합당 40.5%로 여야 격차가 약 7%가량에 그친다. 30대 남성의 지지율은 민주당 57.8%, 미래통합당 33.0%로 격차가 벌어지지만 여성 30대 지지율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2018년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29.4%로, 60대 남성(34.9%)을 포함한 모든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낮았지만, 2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3.5%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20대 여성들은 투표율이 80%대(20~24세는 79.1%, 25~29세는 79%)에 육박하며 또래 남성들(20~24세는 75.4%, 25~29세는 71.1%)의 투표율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30대 여성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이 높고 압도적으로 ‘진보적’이다. 비록 의석수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정당 득표율에서 0.74%, 총 20만8697표를 얻은 여성의당의 약진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친박신당, 미래당, 노동당, 녹색당보다 많은 지지율을 과시했다. 조직도, 물적 토대도 없는 상태에서 공식 출범한 지 불과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을 고려할 때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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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21대 총선 후보자 공천 과정과 총선 결과, 평가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21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은 지역구와 비례를 합해 총 57명이다. 지난 20대 51명(17.3%)에 비해 6명(19%) 늘었을 뿐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참담하다. 253개 지역구에서 여성은 29명만 당선되었다. 전체 지역구 의원수의 11.4%에 불과하다. 4년간 지역구 여성의원 수는 겨우 3명 증가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17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으니 딱 그만큼의 숫자라 할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험지로 꼽히는 곳에서 그들의 실력과 노력으로 겨우 살아 돌아왔다.

민주당이 압승한 광주 호남지역의 경우를 보자. 여성 지역구 의원은 단 1명이다. 이미 검증받은 능력 있는 여성 후보자들은 납득하기 힘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모조리 탈락했지만, ‘과거의 남자’들은 온갖 연줄을 동원해 당선되었다.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여겨지는 해당 지역에서 민주당은 여성들을 단 한 명도 전략 공천하지 않았고 심지어 여성노동자 탄압의 상징적 인물을 공천하기도 했다.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다. 그는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에도 불구하고 평균 나이 52세의 여성노동자들을 8개월간 서울 톨게이트 지붕 위로, 도로공사 본관 로비 등으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다. 그는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 이름으로 유일하게 낙선한 인물이 되었다.

이런 지경이니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김남국 후보 관련 논란은 ‘성인방송’의 ‘색드립’ 에피소드로, 그리고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과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성폭행 사건 등 총선이 끝나자마자 터진 온갖 성범죄는 개인문제(심지어 ‘성추문’)로 처리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나는 2017년 이 지면을 빌려 문재인 정권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성평등 의식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진지하고 절실하게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변한 건 여성이고, 변함없는 건 기득권 남성들인가. 도대체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더 성장했고 집단적 행동은 더 조직적으로 확장되었다. 디지털 성폭력과 편파 수사, 편파 판결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한 ‘혜화역 시위’가 있었고 전방위적인 ‘미투 운동’이 있었다. 덕분에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가장 두드러졌던 이슈는 ‘n번방 사건’이 되었다.

압도적 승리 이면의 퇴행적 얼굴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많은 여성들은 이제 야당 핑계 대지 말고 ‘제발 좀 잘해달라’는 심정으로 여당에 힘을 몰아줬다. 언제까지 성평등을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격한 일부 여성들의 주장으로 치부할 텐가. 언제까지 ‘진성 지지자’들은 외면한 채 죽어도 찍지 않을 듯한 사람들의 눈치만 볼 것인가. 기대는 실망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고, 이미 여성들은 그 길을 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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