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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여중생 투신사건 뒤, 엉터리 수사관행 있었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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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대전 여중생 투신사건 뒤, 엉터리 수사관행 있었나?

심규상 입력 2017.09.11. 14:58 수정 2017.09.11. 15:30
2014년부터 매년 지적받은 A 경찰관 '아직도 그 자리에'

[오마이뉴스심규상 기자]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가 11일 오전 10시, 유성경찰서 앞에서 발족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성경찰서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 심규상
성적 학대를 당해온 여중생이 투신해 사망한 일을 계기로 대전 경찰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 측은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노력하겠다'거나 '구두 경고'에 그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달 25일, 대전에서 한 여중생(16)이 건물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다. 숨진 여중생은 지난 2월부터 20대 성인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의문은 학교 측의 인지-경찰 수사-해바라기 센터지원-국선변호사 선임 등의 지원시스템이 가동됐는데도 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모아지고 있다.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는 학교를 비롯 교육당국과 경찰이 지난 7월 말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지만 피해 여중생을 적절히 보호하지 않았다고 질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과 교육당국의 소극적 대응이 한 생명을 살릴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피해자 겁먹게 하고 여중생 숨진 후 가해자 검거"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337개 단체, 아래 공동대책위)는 11일 오전 10시, 유성경찰서 앞에서 가진 공동대책위 발족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육당국에 대해 "해당 학교가 피해자 부모의 요청에도 성폭력에 연루된 동급생과 피해자를 같은 반에서 생활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공동대책위에 따르면,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장 권한'이라며 방관했다. 해바라기센터(성폭력 및 가정 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적, 행정적, 의료적 지원 기구)는 학교와 경찰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의 태도는 시민사회단체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경찰에 대해 "피해 호소를 경시했고 무고와 거짓말탐지기를 운운하며 아이를 겁먹게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은 성적 학대를 해온 20대 남성으로부터 피해 여중생을 보호했어야 하는데도 여중생이 목숨을 끊은 이후에야 뒤늦게 범인 검거에 나섰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은 도대체 (신고 이후)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냐"며 "심지어 피해자 부모가 보호조치를 요청했지만 중립적 입장을 강조하며 조사가 끝나야 보호조치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성토했다.

경찰은 여중생이 사망한 이후에도 피해자 가족에게 '순수 피해자가 아닐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대전 경찰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뒤틀린 수사관행이 지속돼 왔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 

2014년 : "A수사관, '인권 감수성' 최악" 민원→ "노력하겠다" 답변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가 11일 오전 10시, 유성경찰서 앞에서 발족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성경찰서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 심규상
지난 2014년 12월, 한 성폭력 피해자가 대전경찰청장에게 인터넷 민원을 제기했다. '수사 과정이 형편없고 인권 감수성이 최악'이라는 내용이었다.

민원에 따르면, 성폭력과 언어폭력 고소사건을 수사하던 대전 둔산경찰서 소속 A 여수사관이 피해자에게 '바쁜데...바쁜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피해자는 '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신고해 귀찮게 하느냐'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원인은 A 수사관이 또 '어렵고 불편한 사건', '왜 사건접수를 검찰에 먼저 했느냐'는 등 시종 부정적인 언행으로 피해자를 폄훼했다고 덧붙였다. A 수사관은 피해자 진술조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을 볼펜으로 그은 데 대해서도 '함부로 줄을 그었다'며 화를 내는 등 권위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당시 해당경찰서 성폭력수사팀장은 답변을 통해 "이후 피해자 입장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회신했다.

2015년 : "A수사관, 수사 중 가해자 옹호 행위" → "교양하겠다" 답변

지난 2015년, 이번에는 대전의 성폭력 피해자 전문지원기관이 해당 경찰서에 직접 진정을 제기했다. 앞의 A수사관이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는 행위를 했다는 항의였다.

구체적으로 A수사관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편지를 임의로 전달하기 위해 피해자 거처를 두 차례나 방문했다. 또 피해자에게 수사 중인 가해자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교양을 통해 수정 조치하겠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이후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5월, 앞의 전문지원기관이 이번에는 유성경찰서장에게 공식 공문을 보내  A 수사관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그 사이  A 수사관은 유성경찰서로 옮겨 성폭력 사건을 맡고 있었다.

해당 상담기관은 A 수사관과 관련 "성폭력 피해사건에 대한 조사 시 지원 기관 및 변호사 동석을 임의로 '필요 없다'며 배제해 피해자의 선택권을 차단했다"고 꼬집었다. 신뢰관계인이 동석하지 못하거나, 변호사 조력 없이 조사를 받는 2차 피해를 준 것이다.

2017년 5월 : "A수사관, 피해자 지원기관 비하"→ '구두 경고' 그쳐

A 수사관은 또 피해자 앞에서 해당 전문지원기관을 '여기 저기 아무 데나' 등의 말로 무시, 비하해 피해자의 보호 받을 권리마저 차단, 법적 지원체계마저 불신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가 11일 오전 10시, 유성경찰서 앞에서 발족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성경찰서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 심규상
공동대책위는 또 A수사관이 피해자가 속해 있는 기관의 인권센터에 대해 '조사를 금지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가해자가 증거를 인멸하도록 시간을 벌게 하고, 현장 조사에서는 피해자의 실명을 언급해 2차 피해를 유발하고, 피해자가 '가해자 조사는 언제 하느냐'는 당연한 질문에 대해서도 '수사상 언급할 수 없다'며 당연한 정보 제공조차 배제한 점,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며 위압적으로 조사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실제 피해자는 이후 경찰 청문감사관실 조사 과정에서도 "경찰을 믿을 수 없다, 수사관보다 성폭력상담소가 편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성경찰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진정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하면서도 부서이동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A수사관이 그 동안 성실하게 근무해 왔다"며 구두경고에 그쳤다. A수사관은 현재도 유성경찰서 해당 수사과에 배속돼 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지난 7월 말 유성경찰서는 피해 부모의 신고에 따라 여중생을 성 학대한 20대 남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왔다. 이번엔 사건을 다른 수사관이 맡았다. 하지만 사건 신고 한 달 뒤인 지난 8월 말, 피해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절차에 따라 심도 있게 수사했다"

경찰은 피해 여중생이 숨진 뒤 인 지난 8일에서야 가해자를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청소년에 대한 성적 가혹행위) 혐의로 구속했다.

유성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무고와 거짓말탐지기를 언급하며 피해 여중생을 겁먹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규정에 따라 사건 진행절차를 안내한 것일 뿐 위협을 주거나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늑장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가해자를 찾아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절차에 따라 심도 있게 수사를 벌였다"고 해명했다.  

숨진 여중생이 '순수 피해자가 아닐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중생을 피해자로 안 봤으면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 연결했겠냐"며 "유가족에게 수사의 전후관계를 모두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성 경찰서의 수사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2차 피해를 즉각 중단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고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수사 관련자의 전문성을 키우고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교육을 벌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원회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응위원회>에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사)탁틴내일, (사)한국성폭력상담소,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사)장애여성공감, (사)평화의샘, , (사)한국여성민우회, (사)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십대여성인권센터,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152개소),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58개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30개소) 등 377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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