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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가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배상하라

작성자
상담소
작성일
2011.08.1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77
내용
판례로 보는 여성의 삶
처음으로 “국가가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배상하라” 선고
성폭력 피해자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사건
최근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가해자의 형사재판에서 법정증언을 한 후 모욕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 있다.

성폭력 사건 특성상 정말로 피해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정에서 아무리 비공개라고 해도 재판부, 검찰, 변호인, 속기사, 사무관, 실무관 등의 앞에서-거기다 때에 따라서는 가해자인 피고인이 있는 앞에서-증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과 고통을 주는 것임이 당연하다.

2008. 6. 12. 선고 2007다64365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기관(공무원)에 의해 2차적인 피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나이 어린 학생이고 가해자는 수십 명에 달해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는데 경찰이 위법한 2차 가해를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①경찰이 기자들에게 피해자의 피해 사실 및 인적사항을 누설한 점 ②사적인 자리에서 제3자에게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누설한 점 ③여성 경찰에 의한 조사 요청을 묵살한 점 ④범인식별실 미사용의 점 ⑤진술녹화실 미사용의 점 ⑥피해자의 보호조치를 위반한 점-가해자의 가족이 피해자를 욕하고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 ⑦피해자에 대한 밤샘조사, 식사와 휴식시간 미제공한 점 ⑧감식실 담당 경찰이 피해자에게 ‘특정 지역물을 다 흐린다’는 식의 비하 발언을 한 점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1심은 위 ①, ②의 행위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인정했고 항소심에서는 이에 더해 ⑤, ⑧의 행위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을 긍정했고 이 결론은 대법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판결은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 중 국가에 의한 가해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고 배상을 명한 최초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수사기관 혹은 공소제기 및 유지기관, 재판기관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원이 그동안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즉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거나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경찰의 위법행위에 대해 이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불법행위 기준을 사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재판이나 공소제기와 같은 특수성이 있지 않은 직무행위에 대해선 그 주체가 수사기관인 경우에도 엄격한 기준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검찰이나 법원에도 마찬가지의 잣대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상 판결을 전후로 국가의 2차 가해와 관련된 여러 사건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에 있고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범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좀 더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상 판결은 “경찰관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범죄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나이 어린 학생인 경우에는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심리적·신체적 고통으로 인한 가중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직무상 의무는 당연히 경찰관뿐만 아니라 검찰, 법원, 피고인 측의 변호인, 언론 등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의무라고 할 것이다.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경찰은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 등을 제·개정하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 매뉴얼, 범죄 피해자 대책실, 피해자 보호위원회 등을 도입했고 검찰 역시 성범죄 수사, 공판 관여 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지침 등을 바탕으로 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끊임없는 관심과 제도에 대한 연구,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번 자살사건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144호 [사회]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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